랜덤 액세스 메모리: The Wreck의 타임 시프팅 내러티브 속으로
2025년 05월 06일

‘The Wreck’은 게임으로 분류되지만 비주얼 노벨, 인터랙티브 경험, 플레이할 수 있는 영화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Florent Maurin은 어떤 명칭으로 불리든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비디오 게임의 가능성에 대한 아이디어를 확장하는 데 작게나마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합니다.
Maurin은 ‘The Wreck’의 공동 작가이자 디자이너, 프로듀서입니다. 그를 어떻게 부를지 직접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The Wreck’은 병원의 갑작스러운 호출을 받고 그녀의 어머니와 연관된 일생일대의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작가 Junon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 이야기는 게임의 이름이 유래한 사고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하지만 뒤따르는 내러티브는 조각나 있으며, 플레이어가 다양한 관점에서 여러 차례 바라볼 수 있는 서로 연결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장면들을 헤쳐 나가면서 형태를 갖추기 시작합니다. ‘The Wreck’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하지만 강력한 이야기와 정통적이지 않은 제작 기법이 결합되어 고유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The Pixel Hunt 스튜디오의 회장 겸 CEO이기도 한 Maurin은 “우리는 익숙한 길에서 조금 벗어난 게임을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합니다.
ADA 자료표

The Wreck
- 수상 부문: 사회적 영향력
- 팀: The Pixel Hunt
- 사용 가능한 플랫폼: iPhone, iPad
- 팀 규모: 4명
Maurin은 그가 태어난 프랑스의 잡지사와 신문사에서 근무했던 전직 어린이 전문 기자입니다. 해당 분야에서 10년 가까이 일한 후 그는 비디오 게임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실제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Maurin은 “현실은 영화, 소설, 만화책에 영감을 주는 원천이 되고 있지만, 게임 환경에서는 그런 경우를 거의 찾아볼 수 없죠. 우리는 그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2014년에 설립된 The Pixel Hunt는 App Store 어워드를 수상한 역사 어드벤처 게임 ‘Inua’와 문자 메시지 어드벤처 게임 ‘Bury Me, My Love’ 등 널리 인정받은 타이틀을 출시했습니다. ‘Bury Me, My Love’ 개발 과정이 끝나갈 무렵 Maurin과 그의 딸은 심각한 자동차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는 “솔직히 영화적 표현과 비슷했습니다. 시간의 흐름이 느려졌고, 해당 순간과 전혀 상관없는 이상한 기억들이 갑자기 섬광처럼 제 눈 앞에 펼쳐졌죠. 나중에 어디선가 읽었는데, 뇌는 이러한 상황을 마주하기 위해 오래된 기억들을 분석 처리해서 관련 지식을 찾는다고 합니다. 워낙 갑작스럽고 강렬한 경험이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즉각적으로 떠오른 것은 게임이었죠.”라고 말합니다.

병원 직원과 Junon의 상호작용은 ‘The Wreck’의 내러티브를 이끌어 갑니다.
하지만 Maurin은 게임의 원천이 되는 자료에 너무 가까웠습니다. 사고의 영향이 오래 지속되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을 창작 과정으로부터 떼어 놓았습니다. 그는 “그 강렬한 느낌으로부터 저 자신을 보호하려고 애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아트 디렉터인 Alex가 제게 ‘이건 회장님 아이디어잖아요. 회장님이 정말 깊이 파고들어서 창작 방향을 이끌어 가지 않으면 아이디어가 꽃을 피우지 못할 거예요.’라고 하더군요. 그의 말이 옳았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글을 쓰는 동안 ‘두 번째 뇌’ 역할을 한 것은 개발 팀을 지휘했던 아트 디렉터 Alexandre Grilletta와 리드 개발자 Horace Ribout, 애니메이터 Peggy Lecouvey, 사운드 디자이너 Luis와 Rafael Torres, Maurin의 여동생 Coralie였습니다. (멋진 우연의 일치로, 이 게임의 대본은 Inkle이 개발한 오픈 소스 스크립팅 언어로 작성되었습니다. Inkle은 2022년에 자사의 Apple 디자인 어워드 수상 게임인 ‘Overboard’에 이 스크립팅 언어를 사용했습니다.)

Junon의 자매는 ‘The Wreck’에서 전적으로 환영받는 존재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The Wreck’의 이야기는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The Pixel Hunt 팀이 ‘마지막 날’이라고 부르는 첫 번째 부분은 병원에서 Junon을 따라갑니다. Junon은 어머니의 상황을 마주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자매 및 전 남편과의 상호작용들을 드러냅니다. Maurin은 ‘마지막 날’은 디자인 관점에서 상당히 간단했다고 말합니다. 그는 “영화처럼 연출하고 싶었기 때문에 스톱모션 애니메이션과 프레임 구성을 사용한 스토리보드처럼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너무 멋지게 꾸미지 않았어요. 훨씬 더 어려웠던 부분은 기억이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기억들’과 The Pixel Hunt 팀이 전달하는 배경 이야기는 플레이어들이 한 장면을 영화처럼 보면서 해당 장면을 앞으로 빨리 감거나 되감아 볼 수 있도록 하는 영리한 기법을 사용합니다. 이러한 기억 장면은 매우 다르게 느껴집니다. 위에서 내리 덮치는 카메라 각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관점, 공중에 떠다니는 단어들 덕분에 독창적이며 꿈처럼 느껴집니다. Maurin은 “저는 이걸 ‘What Remains of Edith Finch’에서 처음 봤습니다. 바로 그 순간에 캐릭터의 뇌를 촉발시키는 단서를 암시하는 멋진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Junon의 생각은 종종 스트레스 가득한 순간에 그녀의 주변을 떠다니는 문구들의 형태로 전달됩니다.
이러한 기억들을 연속적으로 확인하다 보면 새로운 세부 정보가 드러나거나 기억의 진위 여부에 대한 의심이 생길 수 있는데, 이런 내용은 Maurin이 경험을 토대로 쓴 것입니다. 그는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죠. 부모님이 새로 태어난 제 여동생을 병원에서 집으로 데려왔을 때, 자동차를 타고 도착하던 바로 그 순간이 정확히 기억납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생생해요. 하지만 이상한 부분은 이 기억이 3인칭 시점이라는 점입니다. 길에 있던 부모님과 동생을 보기 위해 창문가에 까치발을 들고 서 있는 제 자신이 보이는데, 불가능한 이야기죠! 어떤 이유로 제 자신의 기억을 다시 쓴 겁니다. 제 뇌만이 왜 이렇게 되는 건지 그 이유를 알고 있겠죠. 하지만 정말 사실처럼 느껴집니다.”라고 말합니다.
개발 과정 전체에 걸쳐 Maurin과 The Pixel Hunt 팀은 ‘감동적이고 성숙한’ 이야기라는 아이디어를 고수했습니다. 실제로, ‘The Wreck’의 초기 프로토타입에서는 게임 요소가 더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한 버전에서는 플레이어가 떠다니는 아이템을 붙잡는 방식이었지만, 플레이 테스터들이 이 활동은 집중에 방해가 된다고 평가했습니다. Maurin은 “이야기 전개에 방해가 되었습니다. 몰입이 깨져 버렸죠. 우리의 목표에 역효과를 낳았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금속 재질의 이 박하사탕 통과 같은 ‘The Wreck’의 아이템은 종종 더 큰 의미를 전달합니다.
Maurin은 이러한 사고방식으로 게임에 접근하는 것은 어려운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인정합니다. “어떤 플레이어들은 The Pixel Hunt의 게임을 궁금해하고 정말 좋아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즐겨 할 만한 개념에 맞지 않는데.’라고 생각하죠. 우리가 만드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11년 동안 이런 게임을 만들어 왔고, 점점 더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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