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제페토들: ‘P의 거짓’의 성공을 이끌어낸 ROUND8 Studio의 틈새 공략

‘P의 거짓’은 놀랍게도 생각보다 원작에 충실한 게임입니다.

Apple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이 게임은 카를로 콜로디의 1883년 소설 《피노키오의 모험》을 기반으로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소년 인형의 이야기를 섬뜩하게 재구성한 게임입니다. 콜로디의 이야기는 어린이를 위한 우화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원작에는 어두운 요소가 꽤나 많습니다. ‘P의 거짓’의 최지원 디렉터는 이런 부분에 매력을 느껴 피노키오를 게임 스토리의 기반으로 삼았습니다.

최지원 디렉터는 “게임 제작을 위해 원작 스토리를 찾을 때 나름의 몇 가지 기준을 정했었습니다. 일단 어둡고, 동화처럼 친숙하지만 어른들의 감성과도 잘 맞아야 했죠. 그리고 피노키오에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다양한 에피소드가 많이 나옵니다. 이런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니 피노키오가 적격이라고 빠르게 결론 내릴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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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의 거짓’의 스크린샷. 두 캐릭터 중 한 명은 금속 왼팔, 다른 한 명은 사악한 흰색 가면을 착용하고 있으며 어둑한 거리에서 검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P의 거짓

  • 수상 부문: 영상 및 그래픽
  • 팀: ROUND8 Studio(개발), NEOWIZ(배급)
  • 사용 가능한 플랫폼: Mac
  • 팀 규모: 100명
  • 수상 경력: App Store 2023년 올해의 Mac 게임, App Store 에디터의 선택

대한민국의 개발 팀 ROUND8 Studio가 개발하고 모회사인 NEOWIZ가 배급한 ‘P의 거짓’은 화려하게 제작된 다크 판타지 어드벤처 게임이자 Apple Silicon 기반 Mac의 기술을 훌륭하게 활용하는 작품입니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제페토가 만든 인형을 조종합니다. 하지만 게임의 주인공인 이 인형은 소소한 거짓말을 하는 나무 인형이 아니라 대검을 여럿 장착하고 불타버린 크라트 시에서 자신의 제작자를 뒤쫓는 기계 전사입니다. 원작과는 달리 인형의 제작자는 온화한 할아버지 목수가 아닙니다.

최지원 디렉터는 “피노키오의 줄거리와 등장인물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게이머들의 기억에 남게 하려면 우리만의 독특한 각색이 필요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P의 거짓’의 스크린샷. 넓은 실내에 빛나는 전구가 담긴 철창이 바닥 위에 떠 있습니다.

게임에는 이러한 각색이 풍부합니다. 인형에게는 제미니라는 디지털 램프 조수가 함께합니다. 이 주요 캐릭터는 원작에 등장하는 푸른 요정을 각색한 것입니다. ‘당나귀 광인’ 보스는 콜로디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당나귀보다 훨씬 더 짜증이 많습니다. 또한 거짓말을 해도 코가 자라진 않지만, 각 캐릭터는 스토리라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거짓말을 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게임의 결말이 바뀌기도 합니다.

게이머들의 기억에 남게 하려면 우리만의 독특한 각색이 필요했습니다.

최지원, ‘P의 거짓’ 디렉터

최지원 디렉터는 “원작을 모르면 게임 속 다양한 각색을 모두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의 상황이 발생하기도 해요. 게임 덕분에 원작에 호기심을 가지게 되어 원작을 다시 읽고 게임 속 각색을 눈치챘다는 이야기를 플레이어들로부터 들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게임의 성공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P의 거짓’은 2024년 Apple 디자인 어워드 영상 및 그래픽 부문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을 뿐만 아니라, App Store 2023년 올해의 Mac 게임으로 선정되었으며 게임 커뮤니티에서도 갈채가 쏟아졌습니다. 게임의 시각적 아름다움, 텍스처가 풍부한 세계, 섬세한 조명, 그리고 MetalFX 업스케일링 및 볼류메트릭 안개 효과 등 파괴된 도시를 취향에 따라 꾸밀 수 있게 해주는 시각적 맞춤화 옵션이 찬사를 받았습니다.

‘P의 거짓’의 스크린샷. 가면과 간이 방어구를 착용한 무서운 네 명의 캐릭터가 LIAR라는 단어가 새겨진 관 주위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배경 도시의 경우 ROUND8 팀은 이야기의 배경을 원작의 이탈리아 도시에서 1차 세계대전 이전 벨 에포크 시대의 프랑스로 옮겨 또 다른 각색을 더했습니다. 최지원 디렉터는 “모두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스팀펑크를 기대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게임 업계에 흔하지 않은 독특한 설정을 더하고 싶었습니다. 서부 개척 시대 등 다른 배경도 몇 개 고려했지만 벨 에포크야말로 아름다움과 번영이 적절히 혼합된 시대였죠. 우리는 그저 여기에 침울함을 덧입혔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서부 개척 시대 등 다른 배경도 몇 개 고려했지만 벨 에포크야말로 아름다움과 번영이 적절히 혼합된 시대였죠. 우리는 그저 여기에 침울함을 덧입혔습니다.

최지원, ‘P의 거짓’ 디렉터

최지원 디렉터와 그의 팀은 게임 내 격렬하고 기름 튀기는(?) 전투를 만들기 위해 기존의 소울라이크 요소를 차용하고 독창성을 가미했습니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는 크라트 시 전역에 떨어져 있는 아이템을 조합해 무기를 맞춤화할 수 있습니다. 최지원 디렉터는 “플레이어들이 마음에 드는 무기를 한번 선택하면 끝까지 쭉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그게 비효율적이지만, 플레이어마다 무기 취향이 다르다는 것도 알고 있죠.”라고 말합니다.

최지원 디렉터에 따르면 플레이어들은 이러한 무기 조합 시스템을 활용하여 미리 정해져 있는 ‘최고’의 무기를 좇는 대신 원하는 조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전략은 효과가 있었습니다. 최지원 디렉터는 플레이어들이 온라인에서 최고의 무기에 대한 대화보다는 최적의 무기 조합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바로 그것이 우리가 이 시스템에서 의도한 것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조명이 어두컴컴한 넓은 방에서 한 등장인물이 초대형 대리석 조각상과 거대한 전망창 앞에 서 있습니다.

또한 게임 시스템 역시 원작에서 차용하여 의도적으로 각색한 요소입니다. 최지원 디렉터는 “게임에서 거짓말은 그저 상대방을 속이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인간은 서로에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따라서 거짓말을 통해 이 등장인물의 핵심을 탐색할 수 있죠.”라고 말합니다.

게임은 거짓말이 나타내는 모호한 윤리를 다루기도 합니다. ‘P의 거짓’은 때로는 선한 의도가 담긴 거짓말만큼 인간적인, 또는 인도적인 것은 없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최지원 디렉터는 “제페토의 인형은 인간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인형은 인간처럼 행동하고, 때로는 음악을 들으며 감동을 받는 등 인간만의 고유한 행동을 하기도 하죠. 거짓말은 인간이 하는 행위라는 게 핵심 아이디어였고, 그래서 거짓말이 이 게임의 한 주축이 된 것입니다.”라고 말합니다.

‘P의 거짓’의 스크린샷. 황량한 장면 속 불타버린 무대 위에 ‘크라트 축제’라고 적힌 간판이 있습니다.

‘P의 거짓’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최지원 디렉터와 그의 팀은 DLC와 잠재적인 속편을 개발 중입니다. 게임의 엔딩에서 잠시 등장했던 상징적인 캐릭터가 다시 등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팀은 다 같이 이루어낸 성공적인 결과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최지원 디렉터는 “개발 초기에는 우리가 정말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이번 게임의 놀라운 성공으로 인해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믿음이 생겼습니다.”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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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이야기’는 Apple 디자인 어워드 수상작 및 최종 후보작의 디자인 사례와 철학에 대해 알아보는 시리즈입니다. 어워드 수상작의 개발자 및 디자이너를 만나 놀라운 창작물의 탄생 배경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습니다.